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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 신고 1시간 컷, 엉엉엉 AI님 저를 가지세요. ㅠㅠ

정말 어이가 없었다. 부가세 자료 수집부터 신고까지, 1시간도 안 걸렸다. 그것도 방금 검색해서 알게 된 앱 하나로 말이다.

사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세무기장비를 아껴보겠다고 세무 앱으로 셀프 신고를 해왔다. 거의 10년은 된 것 같다. 앱을 써도 세법은 늘 어렵고, 인터페이스는 왜인지 항상 윈도우에만 최적화돼 있었다. 신고 기간만 되면 며칠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고, 당일에는 마감 시간까지 온갖 짜증을 참고 견디는 게 연례행사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 짜증을 못 참고 말았다. “이 정도면 인공지능으로 해주는 서비스 하나쯤은 있지 않나?” 반쯤 투덜대며 검색을 했고, 그렇게 어떤 서비스를 하나 찾아냈다.

이건 뭐지? 복잡한 카드사, 은행, 결제대행사 세팅도 필요 없고 그냥 사업자 등록하고 버튼 하나 누르니까 세무서에 이미 신고돼 있던 각종 부가세 자료들이 쑥 들어왔다. 매입 자료도 거의 다 있었고, 딱 하나 빠진 게 내 신용카드였다. ‘아… 엑셀 각이네’ 각오하고 현대카드, 삼성카드 자료를 업로드했더니… 끝? 끝이라고?

순간 진심으로 중얼거렸다. “오오오 AI님… 저를 가지세요…” 😭

오늘이 하필 부가세 신고 마지막 날이었다. 오전에는 아내 차 타이어 문제로 정신없었고, 오후에는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서 병원까지 다녀왔다. 일은 밀리고, 머릿속에서는 ‘오늘 밤샘 각이구나’ 하고 각오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이 세무 관련 AI님의 은총 덕분에 12시도 넘기지 않고 퇴근할 수 있게 됐다.

집에 가는 길에 딱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세무사들… 이제 큰일 난 거 아닌가?”

현대차 노조 얘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훅 바뀌는 순간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리고 곧이어 드는 생각 하나 더. “이러다 나도?”

웃기면서도,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편해졌다는 감탄 뒤에는 늘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이 변화는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밀어낼까. 오늘은 분명히 내 편이었지만, 내일도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 오늘은… 부가세 신고 끝. 이건 인정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의 단상

나도 나름대로 AI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생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내 사업을 위한 노력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공부이기도 하다.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일상을 바꾸는 시대에, 지금의 선택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어떤 풍경을 남기게 될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마음이 복잡해졌다. 복수의 회사에 합격해 골라서 갔던 시절로 상징되던 스탠퍼드 졸업생들의 취업 상황이, AI의 영향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며 취업률이 50%에 겨우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 변화는 이미 내 문제였고, 동시에 이제 자라나는 두 딸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의 변화는 인간과 AI의 대결이라기보다는, AI를 잘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격차에 가깝다고 느낀다. 거대한 조직과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큰 조직조차 AI의 도움을 받아 더 작고 빠른 단위로 쪼개지는 과정이다.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판단과 실행의 주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더 두 눈을 크게 뜨게 된다.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계속 묻고 있다. 이 변화의 한복판에서 도망치기보다는, 이해하려 애쓰는 쪽을 택하고 싶다.

완벽한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만은 필요하다는 것. 나와 가족이 이 변화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오늘도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Heavy Sinks, Light Flies 2편 — AI 슈퍼개인, 속도로 조직을 넘어서는 이유

AI 시대가 되면서 한 가지 현상이 분명해졌다. 더 이상 많은 인원이 모여 일한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명의 개인이 적절한 도구와 판단 체계를 갖추었을 때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 개인을 나는 ‘AI 슈퍼개인’이라 부르고 싶다.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자신의 일 구조 안으로 통합한 사람, 즉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몸으로 터득한 사람이다.

혼자 일하는데 팀보다 빠른 이유

과거에는 일을 잘하려면 인력을 늘려야 했다.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회계 담당까지 각자의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AI는 이 역할의 경계를 빠르게 흐리고 있다. AI 슈퍼개인은 회의 대신 프롬프트를 쓴다. 아이디어 회의에 한 시간 쓸 일을 10분 만에 GPT에게 묻고 정리한다. 디자인을 외주 주던 일을 이미지 생성 도구로 직접 테스트한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데이터를 찾는 대신 AI 요약 도구로 핵심만 뽑는다. 기획 → 생산 → 검증의 전 과정을 혼자 처리할 수 있으니 조직보다 느릴 이유가 없다. 중간 승인 단계나 보고 절차가 사라지면, 일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폭발적으로 오른다.

판단의 중심이 바뀌는 순간

AI 슈퍼개인이 빠른 이유는 도구 때문이 아니다. 판단의 단위가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판단이 올라가야 움직인다. 하지만 개인은 판단이 끝나는 즉시 실행으로 넘어간다. 이 차이는 작게 보이지만, 누적되면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개인이 AI를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작은 기업’이다. 그런데도 회의도, 보고도 없다. 결정과 실행 사이의 지연이 사라진다. AI 슈퍼개인은 그 지연의 부재에서 탄생한다.

도구보다 중요한 건 ‘구조’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다. AI 슈퍼개인을 만드는 건 도구가 아니라 구조다. 즉, 스스로의 일을 구조화하고 판단의 순서를 명확히 하는 사람만이 AI를 제대로 다룬다. AI는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혼란을 준다. AI 슈퍼개인은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AI를 배치한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AI가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구조로 작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AI 슈퍼개인은 본질적으로 효율적인 존재다. 도구를 많이 쓰기 때문이 아니라, 도구를 쓸 타이밍과 맥락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향을 잃지 않는 속도

AI 슈퍼개인은 빠르다. 하지만 그 속도는 무작정 빠름이 아니다. AI가 주는 속도를 자신의 기준과 방향 안에 담아낼 때 비로소 ‘속도는 의미’가 된다. 이제 속도는 조직의 특권이 아니라 개인의 기본기가 되었다. AI 슈퍼개인은 방향과 판단을 자신에게 묶고, 속도를 AI에게 위임한다. 그 결과, 조직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의 변화를 읽는다.

결국 AI 슈퍼개인은 ‘기술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를 AI와 나누는 사람’이다. 조직이 여전히 회의 중일 때, 그는 이미 실행을 마친다. 이 시대의 승부는 인력의 크기가 아니라 판단의 밀도와 속도에 달려 있다. AI 슈퍼개인이 조직을 이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더 많이 일하지 않고, 더 빨리 배운다. 그리고 더 적은 회의로 더 명확하게 결정한다. 그게 지금 시대의 새로운 생산성 공식이다.

Heavy Sinks, Light Flies 1편 — AI 시대, 레거시 조직은 왜 느려지는가

AI 시대를 살면서,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일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조직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개인들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 연재는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를 다룬다. AI 기술의 확산 속에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AI 슈퍼개인레거시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단순히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떻게 일하고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변화는 앞으로의 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흐름을 한 번 정리해 두고 싶었다.


한때 ‘크다’는 것은 곧 ‘안정적이다’의 다른 말이었다. 사람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었고, 규모가 곧 신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크면 클수록 느려지고, 느려질수록 판단이 늦어진다. AI가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대에, 레거시 조직의 무게는 더 이상 안정이 아니라 마찰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무거움이 ‘사람의 무능’에서 오는 게 아니라, ‘구조의 관성’에 있다는 점이다. 레거시 조직은 여전히 위계와 보고, 승인이라는 절차 위에 서 있다. 하지만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지금, 그 절차는 안정망이 아니라 지연 장치가 되었다. AI가 초 단위로 판단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회의를 통해 하루를 쓰는 구조는 이미 낡았다.

AI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판단 속도’의 단축이다. 누가 더 많은 일을 하는가보다, 누가 더 빠르게 판단하는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접근이 권력이었다면, 지금은 판단의 정확도와 실행의 타이밍이 권력이다. 그런데 레거시 조직의 문제는 이 판단이 분산되어 있다는 데 있다. 위로는 승인, 옆으로는 조율, 아래로는 보고가 이어지며 결정의 순간은 점점 늦어진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다른 쪽으로 흘러가 있다.

반면 AI를 활용하는 개인, 즉 ‘AI 슈퍼개인’은 판단의 단계를 압축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요약하고, 실행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혼자서 끝낼 수 있다. 과거라면 부서 단위의 협업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개인의 도구 조합으로 완결된다. 더 이상 사람 수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판단의 밀도, 즉 ‘한 명이 얼마나 깊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가’가 새 기준이 되었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레거시 조직은 위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을 위한 일’을 만든다. 보고서, 회의, 평가, 인사. 일의 본질은 고객과 시장에 있지만, 실제 에너지는 내부 운영에 쏠린다. 반면 슈퍼개인은 오직 ‘결과’만 본다. 시장의 피드백이 곧 평가이고, 성과는 곧 생존이다. 그래서 AI 슈퍼개인은 시스템을 유지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연결하고, 불필요하면 바로 덜어낸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관리가 아니라 판단이다. 구조가 클수록 관리가 필요하고, 관리가 늘수록 판단은 느려진다. 반면 개인은 작을수록 빠르고, 빠를수록 정확해진다. 이 단순한 구조적 진실이 지금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과거의 안전은 ‘함께 묶여 있는 것’에서 왔지만, 이제의 안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에서 온다. 레거시 조직이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는 기술이 변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옛날의 안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는 ‘덩치가 큰 조직’이 아니라 ‘판단이 빠른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AI가 바꾼 건 기술이 아니라 구조, 그리고 일의 주체다.

감자탕로그 1편. 왜 하얀 감자탕이었을까

내가 알던 빨간 감자탕

내가 알던 감자탕은 늘 빨간 국물이었다. 친구들과 술 한잔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메뉴였고, 칼칼한 국물에 뼈가 하나둘 쌓여가는 풍경이 감자탕의 매력이었다. 뼈에서 살을 발라 먹는 손맛, 마지막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마무리까지.

감자탕은 맛있는 음식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어른들의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감자탕을 떠올릴 때마다 질문은 늘 같았다. 더 얼큰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입에 더 감기는 맛은 없을까? 감자탕을 만든다는 생각조차 없던 시절이었지만, 감자탕의 기본은 ‘칼칼하고 중독적인 맛’이라고 믿었다.

오너셰프에서 딸 가진 아빠로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결혼 10년 만에 첫 딸을 얻었고, 어렵게 얻은 아이를 자연 가까운 곳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오너셰프로 일하던 오산의 레스토랑을 정리하고, 처가가 있는 강릉으로 이사했다. 강릉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빨리 내 일상의 질문을 바꿔놓았다.

어느 날 장모님이 하얀 감자탕을 만들어주셨다. 그 국물은 내가 알던 감자탕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장모님이 40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 그대로, 신선한 강릉 돼지 사골과 목뼈를 받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푹 끓여낸 국물이었다.

마침 아이의 이유식 시기와 겹쳐 그 국물에 뼈고기를 잘게 찢어 먹였는데, 아이가 너무 잘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질문이 달라졌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누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일까. 셰프로서의 질문이, 아빠로서의 질문으로 바뀌었다.

강릉하얀감자탕이 특별해진 이유

그 질문은 곧 선택으로 이어졌다. 계획했던 식당 대신, 이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온라인으로 팔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강릉이라는 환경은 그 선택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바다와 산이 함께 있고 공해가 적은 덕분에 좋은 재료를 직접 구할 수 있었다. 태백 산골에서 배추를 얻고, 정선에서 고추를 받아 방앗간에서 고춧가루를 빻았다. 강릉에서 돼지 잡는 날에 맞춰 사골을 받고, 강원 한우와 함께 식으면 묵이 되는 사골을 푹 끓였다.

그렇게 대관령을 오르내리며 몇 달을 고생한 끝에 하얀 국물 감자탕이 완성됐다. 아이를 위한 국물에 어른도 즐길 수 있도록 장모님의 다데기를 함께 넣어보내자 반응이 달라졌다.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재료의 신선함이 다르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첫 출하 때 새벽 가게에 혼자 앉아 주문 알림을 보며 벅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몇 달 동안은 몇 주씩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마무리하며

하얀 감자탕은 트렌드를 따라 만든 음식이 아니다. 빨간 국물이 당연하다고 믿던 내가, 아이를 키우며 질문을 바꿨고, 그 질문에 답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다.

왜 하얀 감자탕이었을까? 답은 단순했다. 누구나, 특히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그 기준은 이후 강릉하얀감자탕의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에는 언제나 장모님이 끓이던 하얀 국물이 있었다. 그 국물은 왜 그렇게 시작되었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 기록에서 조금 더 꺼내보려 한다.

일이 많아 보일 때, 방향을 먼저 본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To Do 리스트 앱을 열었다. 마음 복잡할 때에는 안과 밖을 청소하는 게 최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일이 쌓이는 경우가 줄어들어 마음이 가벼웠는데, 오랜만에 ‘프로젝트’ 폴더를 열어보니 카테고리만 10개, 그 아래에 프로젝트가 30개가 넘었다. 순간 멈칫했다. ‘앗, 내 집중력이라는 자원이 여기서도 새고 있었구나.’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에게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업무의 갈피를 잡지 못했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의 방향이 잡혔을 때다. 두 경우 모두 공통적으로 일이 많아 보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속성은 완전히 다르다.

방향을 잡지 못한 경우에는 해야 할 일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중요한 것 같고’ 하면서 일의 카테고리가 끝없이 분화된다. 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방향이 명확해진 경우에는 해야 할 일의 수가 줄어든다. 업무가 가지치기 되지 않고, 꼭 필요한 일들만 남는다. 프로젝트의 골격이 잡히면 일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이 확실해질수록 단위 업무의 깊이와 밀도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을 들여도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일의 양이 줄어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의 방향’이 한 점으로 모이면서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된다.

그래서 오늘은 작은 실험을 해봤다. GTD(Getting Things Done) 방식의 기본 원칙을 응용해 2분 안에 해결 가능한 업무를 즉시 처리하고, 시의성과 중요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과감히 삭제했다. 오래된 창고를 정리하듯, 프로젝트 폴더를 하나씩 닫아가며 마음속의 먼지를 털어냈다.

결과는 의외로 시원했다. 무언가를 더한 게 아니라 덜어냈을 뿐인데, 머릿속이 훨씬 또렷해졌다. 해야 할 일의 ‘갯수’가 아니라 ‘방향’을 관리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일은 많아도 괜찮다. 단, 그 일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만 말이다.

뭐든 그냥 늘어놔도 사는덴 지장없어 보이지만 청소하면 상쾌해지고 가벼워지는 경험이 또 쌓였다. 오늘도 화이팅!

NotebookLM & BananaNL 활용한 인포그래픽 비법

요즘은 디자인이 글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매장 안내문 하나, 블로그 글 썸네일 하나도 ‘보기 좋게’ 정리해야 눈에 들어오죠.
하지만 솔직히, 1인 운영을 하다 보면 디자인까지 신경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늘 그랬습니다. 국물 맛은 자신 있어도, 색 조합이나 폰트 고르는 건 늘 감으로만 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정말 효율적인 방법을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구글의 NotebookLMBananaNL이라는 도구를 함께 쓰는 방식입니다.
디자인 툴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완성된 구조에 내 내용을 ‘얹는’ 방식이죠.

1. 매번 새로 고민하지 말고, ‘검증된 레시피’를 써라

감자탕도 그렇습니다.
매일 국물을 새로 연구하지 않죠.
비법 양념장을 만들어두고, 그걸 일정하게 지켜가며 끓입니다.
디자인도 똑같았습니다.

Banana X라는 사이트에는 전문가들이 만든 300개 이상의 인포그래픽 템플릿이 있습니다.
동양적인 붓 느낌, 세련된 네온사인풍, 깔끔한 미니멀 스타일까지 다양하죠.
‘어떻게 배치해야 예쁠까’ 하는 고민 대신,
이미 완성된 예시를 불러와 내 콘텐츠를 얹기만 하면 됩니다.

크롬 확장 프로그램 BananaNL을 설치하면
NotebookLM에서 정리한 자료가 버튼 몇 번으로
고퀄리티 슬라이드나 인포그래픽으로 변신합니다.
디자인 고민하는 대신, 그 시간에 손님 한 분 더 챙기면 됩니다.

2. 결국 배우는 게 남는다

이걸 직접 써보고 나서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결국 배워야 남는다.”

디자인을 배운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 거였어요.
툴을 익히느라 며칠을 고생하던 일을,
이제는 1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럴 때마다 ‘배우는 게 곧 시간이고 돈이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김사장의 정리 팁

이런 무료 툴들은 언제 없어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템플릿이나 프롬프트는
자신만의 레시피 노트에 따로 저장해두세요.
나중에 사이트가 사라져도,
그 노트만 있으면 언제든 같은 퀄리티로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디자인도 ‘감’이 아니라 ‘구조’의 시대입니다.
툴을 두려워하지 말고, 한 번 써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쉽게, 훨씬 빠르게
내 콘텐츠가 보기 좋은 형태로 완성됩니다.

오늘도 뜨끈한 하루 보내세요.

감자탕로그를 시작합니다

강릉하얀감자탕의 이야기를 언젠가 한번은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 다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습니다. 매일 돌아가는 운영을 버텨내는 게 먼저였고, 기록은 늘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그 나중이 꽤 길어졌더군요. 이제는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 차분히 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감자탕로그’라는 이름으로 작은 기록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건 강릉하얀감자탕의 연대기가 아닙니다. 어떤 메뉴를 만들었고 어떤 이벤트를 했는지를 적는 공간도 아닙니다. 왜 그때 그런 판단을 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얀 감자탕이라는 결과물 뒤에는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 그리고 나름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 기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하나씩 아카이브해보려 합니다.

처음엔 단순했습니다. 왜 하얀 국물을 선택했는지, 집밥에서 시작된 그 국물이 어떻게 하나의 기준이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려 합니다. 팔기 전에 먼저 먹여봤던 사람들의 반응, 메뉴를 늘리지 않기로 한 결정, 숫자보다 오래 남은 감정들, 온라인으로 음식을 판다는 낯선 경험, 플랫폼을 선택하고 떠나오게 된 이유까지 —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차분히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 기록은 홍보가 아닙니다. 잘했다는 말을 듣기 위한 회고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판단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무엇이 기준이었고, 무엇이 흔들렸는지를 솔직히 남겨두려 합니다. 감자탕을 만든 시간만큼이나, 판단하고 선택했던 시간도 결국 나를 만든 역사이니까요.

작은 기록들이 쌓이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이겠죠. 그리고 언젠가 이 정리가 끝날 즈음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조금은 선명해질 거라 믿습니다.

이 글은 감자탕로그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하얀 국물 한 그릇을 선택해주고 10만 그릇의 시간을 함께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드리는 작은 인사이기도 합니다.

자동화로 회사를 만들려던 시도에서, 운영으로 회사를 다시 세우기까지

감자탕 브랜딩OS v1.0 → v1.5 전환 기록

이건 감자탕을 만드는 한 명의 사장이 다시 1인기업으로 돌아오며 겪은 변화의 기록이다. 한때는 기술과 자동화를 중심으로 회사를 세우려 했고, 지금은 운영과 판단을 중심으로 회사를 다시 세워가고 있다. 성과를 말하려는 글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 믿고 있었는지를 정리해두려 한다.

브랜딩OS v1.0의 출발점

브랜딩OS v1.0의 전제는 단순했다. “1인기업은 자동화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가능한 한 많은 일을 시스템에 넘기고 싶었다. GPT로 사고를 돕고, Make.com으로 업무를 연결하고, 콘텐츠와 메시지를 한곳에서 관리하는 구조까지 만들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회사를 꿈꿨다. 일의 목적이 ‘덜 하기’로 맞춰져 있었던 셈이다.

운영이 드러낸 현실

하지만 실제로 운영을 시작하자 곧 한계가 보였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을 자동화하려 했고, 경험이 필요한 판단까지 시스템에 맡겼다. 결과적으로 자동화가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관리해야 할 일’을 하나 더 늘리는 꼴이 됐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구조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자동화는 해결책이 아니라 부담이었다.

브랜딩OS v1.5로 바뀐 기준

v1.5에서 달라진 건 ‘자동화에 대한 태도’였다. 자동화를 목표로 두지 않고 결과로 두기로 했다. 판단이 반복되고 운영이 안정될 때만 자동화가 의미를 갖는다는 기준을 세웠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 v1.0은 자동화를 먼저 떠올렸고, v1.5는 운영과 판단을 먼저 떠올린다.
– v1.0에서 자동화는 목표였고, v1.5에서는 결과다.
– v1.0은 시스템 중심, v1.5는 판단 중심이다.
– v1.0의 나는 설계자였고, v1.5의 나는 운영자다.
– v1.0은 기술에서 시작했고, v1.5는 경험에서 출발했다.

결국 v1.5는 기존 구조를 부정한 게 아니라, ‘자동화를 견딜 수 있는 바닥’을 다시 다지는 과정이었다.

머릿속의 회사와 현실의 회사

머릿속의 회사는 완벽했다. 콘텐츠는 자동으로 생성되고, 메시지는 한 번에 분기 처리되며, 대시보드로 모든 게 관리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고객과 매일 대화해야 했고, 채널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영업과 상담은 자동화가 아니라 타이밍과 감각의 문제였다. 결국 깨달았다. 회사는 시스템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판단의 연속으로 유지된다.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순간

이 감각은 GPT 프로젝트 안의 대화창을 정리하면서 더 분명해졌다. 역할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고가 섞이고, 기준 문서와 실험 문서가 뒤엉키면 판단이 흐려진다. 기술이 위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결정은 느려졌다. 그래서 다시 구조를 짰다. 운영 헌장, 브랜딩OS, 브랜드 기준, SSOT(채널 언어), 전환 구조, 고객 감정. 이 순서를 고정하자 질문이 달라졌다. “이걸 어떻게 자동화할까?” 대신 “이 판단은 어디 기준에 속하는가?”

다음 스텝, 그리고 지금의 기준

이제는 일부러 자동화를 미루고 있다. 사람이 더 잘하는 일, 반복이 부족한 일, 기준이 불명확한 일은 시스템에 넘기지 않는다. 그 대신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 업무는 충분히 반복되었는가?
기준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는가?
자동화를 붙이면 정말 일이 줄어드는가?

지금의 결론은 단순하다. 1인기업의 강점은 자동화가 아니라, 판단을 빠르게 고정하고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갖는 것이다. 자동화는 그다음이다.

마무리

브랜딩OS v1.5는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사고의 위치가 이동한 기록이다. 설계자에서 운영 판단자로, 머릿속 회사에서 현실의 회사로. 감자탕을 다시 끓이기 시작하면서 얻은 이 전환은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다.
다만 방향만큼은 확실하다. 먼저 운영이 단단해지고, 그다음에 자동화가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