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보인다, 다시 시작하는 힘
공간을 비우며 마음을 정리하다
요즘 내 주변은 정리의 한가운데 있다. 집 안 곳곳에 쌓여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며 ‘이건 정말 필요한가?’를 묻는다. 마치 지난 몇 년간의 시간과 선택, 그리고 욕심을 함께 정리하는 기분이다. 당근마켓에 내놓은 물건이 하나씩 팔릴 때마다 마음의 짐도 함께 가벼워진다. 신기하게도, 물건을 정리하는 행위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사고의 정리로 이어진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것들이 물건을 따라 서서히 사라지면서, 비로소 내가 진짜 집중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업적으로도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벌려놓았던 일들을 하나씩 줄이며, 지금은 마치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그라운드 제로’로 돌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욕심이 앞서서 여러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늘 비슷했다 — 많은 일들이 동시에 굴러가지만, 진짜 성과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내려놓기로 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일의 패턴을 허물고, 다시 처음처럼 단단히 다지는 과정이다. 줄이는 게 무섭지 않다는 걸, 오히려 그 속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깨닫고 있다.
가벼워진 선택의 무게
정리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공간을 정리하고, 내 주의를 잡아먹던 일들을 정리하자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한 내 세상에 너무 많은 레이어를 겹쳐 놓고 있었던 것 같다. 일을 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선택의 연속인데, 나는 그 선택의 부담을 덜기보다 쌓아올리며 버텨왔다. 그러니 늘 무겁고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비워낸 자리에는 방향이 생겼고, 그 방향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매일 할 수 있는 일 하나에 집중하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오히려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는 일의 크기에 눌리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의 총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한 발 한 발 해나가면 쌓여나갈 길이 보인다. 과거엔 결과만 바라보다 지쳐버렸다면, 지금은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이 정리되니 마음이 정리되고, 마음이 정리되니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강릉하얀감자탕 시즌2’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비워낸 자리에 다시 채워질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예전보다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한번 나의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비움 끝에 찾아온 이 시작의 감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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