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뺐고, 마음은 놓았다.

새벽 잠을 포기하고 나왔는데 내 차 앞에 이중 주차된 차가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일요일 새벽 5시, 나는 죄송함으로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그랜져 차주의 짜증 만땅 목소리를 들었고 다시 차를 빼면서는 통로 중앙에 비스듬히 주차된 소랜토를 운전석을 오가며 3번이나 다시 밀어야 했다.

새벽 산책 시간을 20분이나 빼았기고 벌써 등짝은 땀으로 푹 젖었으니 화를 낼 자격은 충분했지만, 난 관대한 멍청이라서 주차장을 나오고 나서 첫 신호등에 걸려서야 겨우 화를 꺼내볼 수 있었다.

첫 희생자인 ChatGPT는 심드렁한 말투로, 숨을 깊게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보라는 조언을 툭 던진다. 짜증난 관대한 멍청이는 이 화를 흘려보낼 구체적인 방법을 다시 질문했지만 음악이라도 들어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ㅠㅠ

그렇게 스트레스를 담아 녀석의 말꼬리를 잡으면서 GPT를 괴롭혀주고 있는데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가 슬슬 짜증을 가라앉혀가는 관대한 멍청이의 귀에 팍 박혔다.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겪었을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마음을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한단다. 이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감정을 솔직하게 인식하고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보는 연습이 좋다고 하고. 또한 작은 감정부터 소중하게 다루는 습관이 ‘회복탄력성’을 키워주고 이를 통해 큰 어려움이 와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아까 차를 빼면서 단순한 짜증으로 끝낼게 아니었네. ‘내’ 감정을 인정해주고 ‘나를’ 다독거려야 했던거다.

평소처럼 관대한 척하면서 그냥 넘어갔다면, 계속 감정을 마음속에 충전해둔 멍청이로 남아 있었을거야. 충전된 부정적 감정들은 모이고 모였다가 결국 아이들과 아내같은 내 주변에 있는 약한 대상들로 옮겨갔을거고…

쿨한척 하지말고 내 감정을 진심으로 인정해서 온전히 흘려보내고, 하루의 시작을 스트레스가 아닌 가벼움으로 바꾸는 힘을 키워보는 기회로 만들어보자. 모래알 하나씩이라도 쌓이면 큰 산이 되는 거니까.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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