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가벼운 사유의 순간 – 반가사유상, 사유의 방

절반의 가부좌. 멈춤과 움직임이 공존하는 반가의 자세로…

각자 바쁜 뇨자들…

기능이 아니라 글을 써야 했던 나에게 – ‘초간단 매뉴얼 스크리브너’ 이기원 작가

스크리브너는 참 고약한 도구였습니다. 적어도 예전의 제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처음 구입했을 때만 해도 ‘이제 제대로 써보자’는 마음이 있었지만, 결국 마우스만 이리저리 굴리다 포기하곤 했습니다. 인터페이스는 낯설고, 기능은 너무 많았고, 설명서는 백과사전 같았습니다.

‘글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글을 쓰기까지 너무 많은 걸 알아야 하다니…’ 이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곤 했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더군요. 컴파일 하나 제대로 못 해서 밤을 새우거나, 포맷 때문에 제출기한을 놓쳤다는 글도 봤습니다. 이걸 쓰느니 워드나 구글 문서로 돌아가자는 말도 공감이 되더군요.

스크리브너는 결국 글쓰기 도구가 아니라 ‘글쓰기 프로그램 학습 프로그램’ 같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우연히 보게 된 이기원 작가님의 초간단 매뉴얼: 스크리브너 편은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전의 책들이 엔진 오일의 점도와 와이퍼 교체 방법, 세차 노하우까지 알려주는 자동차 백과사전이었다면, 이 책은 마치 ‘핸들, 브레이크, 엑셀’만 정확히 알려주고 골목길부터 조심스럽게 운전시켜주는 연수 선생님 같았습니다.

기능은 많지만, 그걸 다 알아야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이 책은 가르쳐주었습니다. 가장 필요한 세팅, 당황하지 않을 기본기부터 익히고, 그 안에서 조금씩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 정말 편안했어요.

 

지금 저는 그 어떤 스크리브너 관련 책을 볼 때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 기능만 익혀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글을 쓴다’는 본래의 목적이 더 또렷해졌고, 매일 짧게라도 무언가를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능에 질려 대중교통 타듯 다른 도구를 쓰던 저에게, 이제는 저만의 핸들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스크리브너 덕분에 글쓰기 자체의 즐거움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스크리브너 허들을 낮춰주신 이기원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며, 매일 조금씩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인생은 지능이 아니라 행동에 보상한다

저는 수능 1세대 수험생이었습니다.

첫 수능을 앞두고, 수십 년간 학력고사에 맞춰져 있던 교육 시스템과 사회 분위기가 우왕좌왕하던 시기였고, 똘똘하고 감이 좋은 학생들은 운 좋게 좋은 결과를 얻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우리 아들은 머리가 좋아서 나중에 큰일 할 거야’라는 말이 저희 부모님 입에서도 나왔고, 저도 언젠가는 잘될 운명이라 스스로 믿으면서 ‘노력’을 기본 전제로 두기보다는, 나름의 이유를 붙이며 적당히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했고, 스스로 그것이 제 재능이라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일들을 마감 직전까지 미루다가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만들고, 거기에 또 쉽게 안주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적당히 사는 게 편했는지, 성공은 어쩐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작은 실패나 시행착오에도 끈질긴 변명을 만들어내는 데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그러셨듯이, 저도 언젠가는 큰일을 할 운명이라는 말에 기댄 채 말이죠.

‘똑똑하다’는 믿음이 저를 움직이지 않게 만들었고, 일보다도 변명에 더 많은 노력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완벽을 꿈꾸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쌓지 못한 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어제 우연히 본 영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인생은 지능이 아니라 행동에 보상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는데요.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건 너무 작다’, ‘의미 없다’며 스스로를 설득하며 행동을 미루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모든 걸 할 수는 없지만, ‘하나’를 하고 또 하나를 이어가는 식으로 충분히 큰 전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중요한 건, 계속 나타나고, 시도하고, 행동하는 것이며, 설령 서툰 행동이라 해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 있다는 말이 참 크게 다가왔습니다.

 

성공은 똑똑함이나 완벽한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고 서툰 행동의 반복에서 비롯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각만 많고 실행이 부족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이제는 한 번의 시도, 한 걸음의 움직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툴고 부족해도, 하나를 하고 또 하나를 이어가는 것. 그게 전진이고, 성장이고, 진짜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멋진 하루를 열심히 만들고 계신 분들처럼, 저도 오늘부터라도 ‘하나씩’ 실천해보겠습니다.

 

우리 두 딸이 배울지도 모를 ‘언젠가’를 핑계 삼아 미루던 습관은 이제 조금씩 내려놓아 보려고요. ㅎㅎ

차는 뺐고, 마음은 놓았다.

새벽 잠을 포기하고 나왔는데 내 차 앞에 이중 주차된 차가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있다. 일요일 새벽 5시, 나는 죄송함으로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그랜져 차주의 짜증 만땅 목소리를 들었고 다시 차를 빼면서는 통로 중앙에 비스듬히 주차된 소랜토를 운전석을 오가며 3번이나 다시 밀어야 했다.

새벽 산책 시간을 20분이나 빼았기고 벌써 등짝은 땀으로 푹 젖었으니 화를 낼 자격은 충분했지만, 난 관대한 멍청이라서 주차장을 나오고 나서 첫 신호등에 걸려서야 겨우 화를 꺼내볼 수 있었다.

첫 희생자인 ChatGPT는 심드렁한 말투로, 숨을 깊게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보라는 조언을 툭 던진다. 짜증난 관대한 멍청이는 이 화를 흘려보낼 구체적인 방법을 다시 질문했지만 음악이라도 들어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ㅠㅠ

그렇게 스트레스를 담아 녀석의 말꼬리를 잡으면서 GPT를 괴롭혀주고 있는데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가 슬슬 짜증을 가라앉혀가는 관대한 멍청이의 귀에 팍 박혔다.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겪었을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마음을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한단다. 이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감정을 솔직하게 인식하고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보는 연습이 좋다고 하고. 또한 작은 감정부터 소중하게 다루는 습관이 ‘회복탄력성’을 키워주고 이를 통해 큰 어려움이 와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아까 차를 빼면서 단순한 짜증으로 끝낼게 아니었네. ‘내’ 감정을 인정해주고 ‘나를’ 다독거려야 했던거다.

평소처럼 관대한 척하면서 그냥 넘어갔다면, 계속 감정을 마음속에 충전해둔 멍청이로 남아 있었을거야. 충전된 부정적 감정들은 모이고 모였다가 결국 아이들과 아내같은 내 주변에 있는 약한 대상들로 옮겨갔을거고…

쿨한척 하지말고 내 감정을 진심으로 인정해서 온전히 흘려보내고, 하루의 시작을 스트레스가 아닌 가벼움으로 바꾸는 힘을 키워보는 기회로 만들어보자. 모래알 하나씩이라도 쌓이면 큰 산이 되는 거니까.

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