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하얀감자탕, 한 냄비의 우직한 시간
강릉하얀감자탕은 겉으로 보면 단순한 냉동 감자탕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하루의 대부분을 쏟아 넣으며 만들어가는 작은 작업실 같은 곳입니다. 주문 확인, 손님 응대, 택배 포장, 재고 정리, 냉동창고 관리, 라벨 검수, 문서 작성, 세금 신고까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모든 과정이 제 손에서 시작해 제 손으로 끝납니다.
아침에 불을 켜는 것도, 밤늦게 마지막 주문을 닫는 것도 오롯이 제 일입니다. 요즘 말로 1인 기업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 조금 더 우직한 방식에 가깝습니다. 모든 과정이 제 손끝을 거쳐 고객의 식탁으로 간다는 사실이 책임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감자탕을 끓이는 과정만큼은 혼자 하기 어려워서 믿고 함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 일정 관리, 포장 마감, 재료 확인, 고객 대응 등 대부분의 일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주문이 몰려도, 택배 마감 시간이 촉박해도 결국 제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다 혼자 하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지만, 저는 늘 같은 마음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파는 음식이기 때문에 직접 보고 손으로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수많은 가정에 하얀국물 감자탕을 전해왔습니다. 아이가 잘 먹어서 재주문한다는 메시지, 부모님 환절기 보양식으로 챙긴다는 이야기, 바쁜 저녁에 큰 힘이 된다는 리뷰들. 그 모든 말들이 제가 이 일을 버티고 더 잘하려는 이유가 됩니다.
강릉에서 시작한 한 냄비의 국물이 이제는 전국 곳곳의 식탁으로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된 날에도 마음을 다시 세우게 합니다.
사실 저는 15년 동안 스파게티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감자탕은 참 정직한 음식입니다. 오래 달일수록 더 깊어지고, 손을 많이 쓸수록 더 부드러워지는 맛. 그래서 지금도 새벽마다 뼈를 손질하고, 12시간 넘게 사골을 달입니다.
작업실이 국물 향으로 가득 차는 순간, 그 향이 “오늘도 잘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저는 여전히 우직하게,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 강릉과 대관령을 오르내릴 것입니다. 냉동식품이지만 화학적 보존제 없이, 장모님께 배운 방식 그대로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바라는 마음은 하나입니다.
제 감자탕을 드시는 분들의 건강이 우리 하얀국물처럼 맑고 변치 않기를.
필요한 순간 따뜻한 한 그릇이 되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지켜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