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소통의 순환 구조
요즘 들어 가장 크게 깨달은 건, 생각이란 결국 ‘나’와 대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대부분의 생각을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했다. 남이 어떻게 볼까, 누가 이걸 평가할까, 어떻게 들릴까. 그렇게 생각을 쏟았지만, 그 결과 남은 건 내 안에 기록된 흔적이 거의 없었다. 쌓이지 않았으니 기억도 흐릿하고, 다음 스텝을 상상하는 힘도 약해졌다. 지금 돌이켜 보면, 생각의 방향이 늘 바깥으로만 흘러가 버렸던 것이다. 앞으로는 모든 생각을 나를 통과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각이 아니라, 나 자신과 대화하며 나의 방향을 다듬는 생각. 그것이 진짜 ‘사유’이고, 그 사유가 결국 나를 쌓아가는 재료가 된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행동의 구조를 바꾸었다. 최근 들어 얻은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세 가지가 있다. 그 세 가지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익힌 것이 아니라, ‘나의 일하는 방식’을 재구조화한 전환점이었다.
첫 번째는 할 일을 정리하고 프로젝트를 스스로 진행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GTD(Getting Things Done)』를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그 철학이 말하는 “할 일을 머리 속에서 꺼내 시스템으로 옮기는 것”의 의미를 체감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구체적으로 정해두면 머릿속이 훨씬 가벼워진다. 이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생각이 현실로 이동할 수 있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는 과정이다. 그 덕분에 이제는 단순한 업무 목록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 일들을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두 번째는 AI를 활용한 정리와 압축의 능력이다. AI 덕분에 생각의 파편을 빠르게 구조화하고, 흐릿한 개념을 컴팩트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AI는 내 사고의 보조 장치이자, 내가 놓치는 부분을 비추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문서를 만들 때도 이제는 초안부터 구조를 잡고, 문단별로 의미를 분리해 나간다. 이 과정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문제가 아니라, 불필요한 주의 분산을 막고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사고의 근육 훈련이다. 무엇보다 이런 정리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각이 쌓이는 감각’을 되찾았다. 예전엔 생각이 사라졌지만, 이제는 문서의 형태로 남고 연결되며 다음 생각의 재료가 된다.
세 번째는 소통의 본질을 다시 배우게 된 것이다. 과거의 나는 ‘말하는 것’이 곧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내 소통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던져 상대방에게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제는 내가 가진 생각을 컴팩트하게 정리한 뒤, 상대에게 필요한 핵심을 전달하고, 그로부터 돌아오는 피드백을 통해 더 깊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게 진짜 소통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대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정리된 나’만이 상대와 건강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이 세 가지—생각, 정리, 소통—은 결국 하나의 순환 구조다. 내 안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이 실행으로 이어지고, 그 실행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확장된다. 그리고 그 피드백이 다시 내 생각의 재료가 된다. 이 순환이 안정되면, 삶은 더 단단하고 유연해진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하다. 하루의 생각을 ‘나와의 대화’로 정리하고, 그 대화의 결과물을 명료한 실행으로 옮기고, 그 실행의 결과를 타인과 나누며 확장하는 것. 그렇게 하루를 쌓아가면, 나는 나의 삶을 조금씩 재구성해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생각이 쌓이는 사람이란,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성장하는 사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