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앱의 시대가 가고, 개인화 앱의 시대가 온다

얼마 전 딸아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하루에 영어 단어 세 개씩만,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해보자고요. 습관을 만드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그래서 영어 학습 앱을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괜찮아 보이는 앱들은 많았는데, 막상 써보면 뭔가 하나씩 안 맞았습니다. 무료 버전은 사용 횟수가 며칠 만에 막히고, 유료로 넘어가면 우리 애한테는 필요도 없는 기능들이 잔뜩 딸려 왔습니다. "많은 사람을 위한 앱"은 넘쳐나는데, "우리 딸을 위한 앱"은 없더라고요.
그럴 거면 만들자 싶었습니다. 이름은 리우의 단어 놀이터. 하루 세 단어 배우고, 최근 배운 단어를 플래시카드랑 퀴즈로 복습하는 게 전부인 단순한 앱입니다. 버튼은 아이 손에 맞게 크게, 설정 화면 같은 건 다 뺐습니다. 그리고 앱 아이콘에 리우랑 동생 얼굴을 넣고, 앱을 켜면 자기 이름이 뜨게 했더니, 이게 생각보다 반응이 컸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 앱"이라는 애착부터 생긴 겁니다.
만들다 보니 욕심이 조금 더 났습니다. Google Sheets에 단어, 뜻, 학습일만 채워 넣으면 매일 새 단어 세 개가 자동으로 올라오고, 퀴즈에서 자주 틀리는 단어는 따로 모아서 다시 나오게끔요. 저는 학습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아이는 그날그날 정해진 분량만 부담 없이 하면 됩니다. 예전 같았으면 개발자 구하고, 견적 받고, 몇 주는 기다렸을 일인데, AI랑 붙잡고 한 시간 남짓 만에 원하는 모양이 나왔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확실히 느낀 게 하나 있습니다. 범용 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는 수백만 명이 쓰는 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사용자가 거기에 맞춰가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순서가 뒤집히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사람한테 맞춰지는 겁니다. 우리 딸 공부 습관에 맞는 앱, 우리 가게 운영 방식에 맞는 ERP, 내 영업 스타일에 맞는 CRM. 한 사람, 한 가족, 한 사업만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이제는 진짜로 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변화는 이미 다른 데서도 겪고 있었습니다. 강링크는 고객을 만나면서 불편했던 부분을 풀려고 만든 거였고, 강알피는 감자탕 운영하면서 반복되던 일을 줄이려고 만든 거였습니다. 이번엔 그 대상이 딸아이였을 뿐이죠. 결국 AI가 만들어주는 건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사람한테 맞춘 도구였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앱을 쓸까"보다 "나한테 필요한 앱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플랫폼 하나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대보다, 각자의 삶과 일에 딱 맞는 작은 서비스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는 시대. 딸아이 영어 단어 앱 하나 만들면서, 그 변화를 꽤 가까이에서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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