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y Sinks, Light Flies 5편 — AI 슈퍼개인의 생존 전략, 무엇을 자동화하지 않을 것인가

AI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는 쉽게 자동화 경쟁으로 흐른다. 무엇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지, 어떤 일을 사람 대신 맡길 수 있는지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이 연재를 마무리하며 분명히 하고 싶은 결론은 하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나 자동화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자동화하지 않았는가”에서 갈린다.

지금까지 살펴본 레거시 조직의 문제는 단순히 느리다는 데 있지 않았다. 결정 구조가 무겁고, 책임이 분산되어 있으며, 판단이 합의와 보고 속에서 희석된다는 점이 본질이었다. 반면 AI 슈퍼개인은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그는 모든 일을 혼자 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할 때 AI로 능력을 확장하고, 더 효율적일 경우 다른 개인이나 서비스, 프로젝트 팀과 즉각적으로 협업한다. 중요한 건 ‘고용’이 아니라 ‘연결’이다.

여기서 자동화의 의미는 달라진다. AI 슈퍼개인에게 자동화는 목표가 아니라 도구다. 반복적 실행, 정보 정리, 초안 생성, 데이터 비교 같은 영역은 AI가 맡는다. 하지만 방향 설정, 문제 정의, 맥락 판단은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긴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이 문제가 지금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식이 맞는지 결정하는 일은 자동화할수록 오히려 위험해진다. 잘못된 질문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슈퍼개인은 실행자가 아니라 설계자에 가깝다. 직접 손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구조를 그리는 시간이 길다. AI를 어떻게 배치할지, 어느 지점에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지, 협업이 더 나은 해답을 만드는 순간은 언제인지를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가치는 소속이나 직함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판단과 기록된 결과물로 증명된다. 어느 조직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는지가 남는다.

이 변화는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자동화가 빨라질수록 인간의 자리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해지고 있다.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붙잡을지 결정하는 힘, 기술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설계하는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연재의 제목처럼,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날아오른다. 여기서 말하는 가벼움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구조에 묶이지 않고, 판단을 중심에 두고, 필요할 때 연결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AI 슈퍼개인의 생존 전략은 더 많은 자동화가 아니라, 자동화 위에 인간의 자리를 정확히 놓는 데 있다.

다음 편은 없다. 대신 이 글이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으면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자동화하려 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만큼은 끝까지 내가 붙잡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AI 시대 개인의 위치를 결정할 것이다.

Heavy Sinks, Light Flies 4편 — 고용에서 협업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이유

조직이 느려지는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용’이라는 개념에 닿게 됩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일을 한다는 것을 곧 소속을 가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팀에 배치되고, 역할을 부여받는 구조 말입니다. 이 방식은 산업화 시대에는 매우 효율적이었습니다. 사람이 곧 생산력이었고, 사람을 묶어두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 전제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제 개인은 혼자서도 과거의 팀 단위가 수행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획, 리서치,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까지 AI가 보조하면서, 개인의 작업 반경은 급격히 넓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더 이상 ‘사람을 얼마나 많이 고용하고 있느냐’가 일이 잘 돌아간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 슈퍼개인이 일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기본적인 실행은 AI를 통해 확장하고, 그 위에서 부족한 지점이 생길 때만 외부와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사업 기획서와 마케팅 메시지 초안을 만들고, 실제 광고 집행이 필요해지면 특정 프로젝트에 맞는 퍼포먼스 마케터와 짧게 협업합니다. 개발이 필요하면 풀타임 개발자를 뽑는 대신, 검증된 프리랜서나 서비스형 툴을 선택합니다. 이 협업은 ‘팀을 만든다’기보다 ‘문제를 해결한다’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여기 있습니다. 기존 조직은 사람을 먼저 확보하고 그 다음에 일을 배분합니다. 반면 AI 기반 협업 구조에서는 일이 먼저 정의되고, 그 일에 맞는 사람과 도구가 그때그때 연결됩니다. 소유가 아니라 조립에 가깝고, 고정이 아니라 유동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다릅니다. 의사결정도 빠르고, 실패했을 때의 비용도 훨씬 작습니다.

이 변화는 개인의 커리어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실력은 소속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에 다녔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해봤는지,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협업의 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물, 문제 해결의 흔적이 곧 신뢰가 됩니다. AI 슈퍼개인은 이 기록을 중심으로 다음 기회를 만들어갑니다.

결국 우리는 고용의 시대에서 협업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정된 자리를 지키는 능력보다, 상황에 맞게 연결되고 조합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동화보다 더 중요해진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AI 슈퍼개인이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 연재의 긴 생각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Heavy Sinks, Light Flies 3편 — 왜 느린 조직은 스스로 무거워지는가

조직이 커질수록 일이 느려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그 느려짐을 “어쩔 수 없는 성장통”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이 느림은 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다. 속도의 차이는 곧 생존의 차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조직은 분업과 관료제를 통해 성장했다. 역할을 나누고, 책임을 쪼개고, 의사결정을 위로 올리는 방식은 대량 생산과 안정적인 운영에 매우 효율적이었다. 이 구조 덕분에 조직은 커질 수 있었고, 일정한 품질과 통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무자가 이틀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다. 하지만 그 일은 보고서가 되고, 수정이 붙고, 결재 라인을 오르내리며 “다음 주 금요일”로 밀린다. 그렇게 일은 2주가 되고, 때로는 한 달이 된다. 그 사이 시장은 변하고, 고객의 관심은 이동한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모두가 ‘절차’를 따랐기 때문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구성원이 두 배가 되면, 소통의 복잡성은 네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한 대기업 CEO가 결재를 반려하면 다시 올라오기까지 두 달이 걸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결재를 승인한다고 했다. 그 결정이 옳아서가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문제는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구조다.

이 구조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속도’다. 그리고 그 다음은 ‘판단의 질’이다. 합의를 거칠수록 결정은 평균값에 수렴하고, 책임은 흐려진다. 실행보다 내부 설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조직은 결국 외부 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보다 더 큰 비용은, 이렇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이다.

AI 슈퍼개인이 조직을 이기는 이유는 여기 있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더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단과 실행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구조에서는 실험이 가능하고, 실패도 빠르다. 반면 조직은 실패를 피하기 위해 검토를 늘리고, 그 검토가 다시 실패를 부른다. 느림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을 키운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이 느린 구조를 계속 유지한 채 AI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툴은 빨라졌지만, 결정 구조가 그대로라면 속도는 결국 조직의 최저 속도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보다 구조의 싸움에 가깝다.

다음 편에서는 이 느린 구조 이후에 등장하는 변화, 즉 고정된 고용이 아닌 필요할 때 연결되는 협업의 시대를 다뤄보려 합니다. 조직 안에 남는 것이 아니라, 기록과 실행으로 선택받는 개인의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쇼핑몰의 시대에서, AI가 선택하는 시대까지

30년 전 커머스의 디지털 전환은 ‘쇼핑몰의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왔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많은 쇼핑몰 링크가 결과로 나열되었다. 쇼핑몰의 링크가 검색 결과로서 순서대로 제시되는 구조였다. 누가 더 상단에 노출되느냐, 누가 더 많은 광고비를 쓰느냐가 곧 매출과 직결되던 시대였다. 이 시기의 경쟁은 ‘어디에 입점했는가’와 ‘얼마나 잘 보이느냐’의 싸움이었다.

지금 AI 시대의 커머스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상품을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 “조카 졸업 선물로 20만 원대, 성향은 조용한 편”처럼 상황을 말하면, AI가 제품을 고르고 결제와 배송까지 이어준다. 검색 결과를 훑는 과정이 사라지고, AI가 브랜드를 ‘호출’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링크가 아니라 신뢰다. AI는 무작위로 상품을 추천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데이터, 리뷰, 재구매 흐름, 고객 반응을 종합해 ‘추천할 만한가’를 판단한다.

이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에는 표준 프로토콜이 있다. 과거의 크롤링이 사람의 눈을 대신해 웹을 긁어오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머신과 머신이 API로 직접 통신한다. 재고, 가격, 배송, 리뷰가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이 환경에서는 단순히 예쁜 쇼핑몰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아예 선택지에 오르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기업과 브랜드가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AI 검색 환경에서 불리는 존재가 되는 것, 즉 GEO 대응이다. 다른 하나는 프로토콜 기반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구조다. 나아가 브랜드 스스로를 대표하는 ‘브랜드 에이전트’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AI가 고객을 대신해 쇼핑하는 시대에는, 브랜드도 AI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전 디지털 전환이 ‘쇼핑몰을 만드는 일’이었다면, 지금의 AI 전환은 ‘AI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정리되는 과정’에 가깝다. 클릭을 유도하던 시대에서, 호출되는 시대로. 커머스의 무게중심은 분명히 이동하고 있다.

이커머스 AI 관련 핵심 용어 정리 (20)

  1.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AI 검색 엔진(챗GPT, 제미나이 등)에서 브랜드가 추천되도록 최적화하는 것

  2. UCP (Unified Commerce Protocol)
    구글이 주도하는 커머스 표준 규격. 제품 정보, 재고, 리뷰 등을 통합 관리함

  3. ACP (Agentic Commerce Protocol)
    오픈AI가 주도하는 커머스 표준 규격. 특히 결제와 액션 단계에 집중함

  4. Agentic Commerce
    AI 에이전트가 구매 결정, 결제, 배송 등 쇼핑의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수행함

  5.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머신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통로. 프로토콜 시대의 핵심 통신 수단

  6. Protocol
    머신 간의 통신을 위해 정해진 약속이나 표준 언어

  7. Dynamic Pricing
    상황, 수요, 고객 조건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시스템

  8. Hyper-Personalization
    고객의 취향, 위치, 예산 등을 분석하여 제공하는 초개인화된 추천 서비스

  9. D2C (Direct to Consumer)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브랜드가 고객과 직접 만나 판매하는 방식

  10. Brand Agent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며 자사 제품을 최적으로 추천해 주는 AI 비서

  11. Friction
    쇼핑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불편함. AI는 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함

  12. Gateway
    사용자가 쇼핑이나 정보를 접하기 위해 처음 통과하는 문 (현재는 AI가 그 역할)

  13. Multi-Modal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14. Crawling
    봇이 웹페이지를 돌아다니며 텍스트와 이미지를 긁어모으는 기존 정보 수집 방식

  15. Social Proof
    소셜 미디어나 커뮤니티의 리뷰 등 대중의 반응을 통해 얻는 신뢰의 증거

  16. CEP (Category Entry Point)
    소비자가 특정 제품군을 찾게 되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시점

  17. Tipping Factor
    소비자가 여러 제품 중 최종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핵심적인 정보나 요인

  18.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시스템. AI 에이전트가 이를 고도화함

  19. AX (AI Transformation)
    기업의 비즈니스 구조를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전환의 다음 단계

  20. Zero-click
    검색 결과에서 링크를 클릭하지 않고 AI의 답변만으로 쇼핑이 종결되는 현상

기준이 생기자, 자동화는 늦춰도 된다는 걸 알았다

사업 자동화와 가치 증명에 대한 기록

처음 1인기업을 생각했을 때, 나는 자동화에 꽤 집착했다. 사람을 뽑지 않고도 굴러가는 구조, 버튼 몇 개로 일이 돌아가는 시스템. Make.com, GPT, 각종 툴을 보면서 “이 정도면 AIG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자동화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불안을 줄이고 싶었던 것에 가까웠다. 혼자 일하는 구조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일이 끊기는 순간이니까.

그런데 지난 2~3개월 동안 실제로 일을 해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자동화라는 이름으로, 아직 내가 직접 겪고 판단해야 할 일들까지 시스템에 넘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첨부했던 문서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시스템형 회사에서는 증분 이익에 6배의 배수가 적용된다는 말. 처음엔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 “이익은 이익이지, 왜 갑자기 6배를 곱하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건 회계의 언어가 아니라 기업가치의 언어였다.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번 돈은 소득이고, 구조가 바뀌어서 매년 반복될 돈은 자산이라는 차이. 자영업형 사업에서 늘어난 이익은 대표 개인의 노동 증가일 뿐이지만, 시스템형 사업에서의 이익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몇 년 치를 묶어 평가받는다. 그게 배수, 멀티플이다.

이제야 문서에 적힌 말이 이해됐다. 자동화의 목적은 편해지는 게 아니라, 이익이 반복 가능하다는 증거를 만드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KPI를 다시 보게 됐다. 예전엔 KPI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다. 관리받는 느낌, 목표 숫자 같은 인상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KPI는 목표가 아니라 계기판이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이 사업이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숫자다. 오늘도 상담이 끊기지 않았는지, 제안 이후 다음 행동이 정리돼 있는지, 내가 빠져도 흐름이 멈추지 않는지.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해졌다.

자동화보다 먼저 필요했던 건 기준이었다. 어떤 일은 사람이 해야 하고, 어떤 일은 반복만 되면 되고, 어떤 판단은 아직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구분. 이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동화는 속도를 내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잃는 지름길이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화려하지 않다. 문서 정리하고, 흐름 나누고, 기준을 남긴다. 하지만 이게 쌓이면 자동화는 결과로 따라올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글은 자동화 성공담이 아니다. 아직도 나는 직접 연락하고, 직접 판단하고, 직접 고친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하나다. 이제는 이 일이 자산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버는 돈보다 남는 구조가 있는지를 보게 됐다. 이 변화가, 어쩌면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감자탕 사업의 가장 큰 자동화일지도 모르겠다.

참고 정리: 알렉스 호르모지의 사업 자동화 프레임

  1. 개요
    본 보고서는 알렉스 호르모지(Alex Hormozi)가 제시한 ‘나 없이도 돌아가는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한 5단계 시스템과 사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상세히 분석한다. 진짜 비즈니스는 소유자가 일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 없이도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2. 사업의 진짜 가치: 현금 흐름 vs 자산 가치
    매출 130억, 순이익 26억으로 동일한 두 회사의 예시를 통해 사업 가치의 차이를 설명한다.

구분

첫 번째 회사 (자영업형)

두 번째 회사 (시스템형)

운영 방식

대표가 주 80시간 일하며 모든 업무에 직접 관여

대표의 관여 없이 주식 소유 형태로 운영

개인 수익

세금 50% 공제 후 약 13억 수령

기업 가치로 평가되어 자산화

증분 이익의 가치

6.5억 추가 이익 발생 시 약 3.25억 저축 효과

6.5억 추가 이익 발생 시 약 39억 자산 가치 상승

최종 평가

단순 소득 증대 모델

156억~195억 가치의 자산 모델

  1. 사업 자동화 5단계 시스템

1단계: 업무 목록화 및 시간 연구
자신이 하는 업무를 15분 단위로 기록한다. 엑셀에 수행 업무를 한 단어로 적고, 초록(위임 가능), 노랑(프로세스 필요), 빨강(채용 필요)으로 분류한다.

2단계: 의사 결정 트리 및 KPI 구축
업무를 넘기는 수준을 넘어 직원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 상황별 가이드와 성과 지표를 통해 행동과 결과를 연결한다.

3단계: 레버리지와 3단계 훈련법
섀도우 트레이닝, 감독 하 실행, 독립 지원의 3단계를 통해 오너의 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인다. 초기 실력보다 학습 속도를 중시한다.

4단계: A급 인재 및 관리자 채용
사장보다 뛰어난 전문가를 채용한다. 측정 가능한 지표를 질문하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다. 충분한 면접을 통해 패턴 인식을 만든다.

5단계: 마케팅 시스템에서의 오너 분리
오너의 얼굴 없이도 작동하는 7가지 마케팅 소스를 구축한다. 고객 후기, 라이프 사이클 광고, 감정이 담긴 결정적 순간을 활용한다.

  1. 최종 점검 및 결론
    3개월 부재 테스트를 통과해야 진짜 자동화다. 첫 사업이 오너 없이 돌아가지 않는 상태에서의 확장은 리스크만 키운다. 오너가 덜 중요해질수록 비즈니스 가치는 커진다. 진짜 자산은 당신 없이도 성장하는 사업이다.

Heavy Sinks, Light Flies 2편 — AI 슈퍼개인, 속도로 조직을 넘어서는 이유

AI 시대가 되면서 한 가지 현상이 분명해졌다. 더 이상 많은 인원이 모여 일한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명의 개인이 적절한 도구와 판단 체계를 갖추었을 때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 개인을 나는 ‘AI 슈퍼개인’이라 부르고 싶다.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자신의 일 구조 안으로 통합한 사람, 즉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몸으로 터득한 사람이다.

혼자 일하는데 팀보다 빠른 이유

과거에는 일을 잘하려면 인력을 늘려야 했다.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회계 담당까지 각자의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AI는 이 역할의 경계를 빠르게 흐리고 있다. AI 슈퍼개인은 회의 대신 프롬프트를 쓴다. 아이디어 회의에 한 시간 쓸 일을 10분 만에 GPT에게 묻고 정리한다. 디자인을 외주 주던 일을 이미지 생성 도구로 직접 테스트한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 데이터를 찾는 대신 AI 요약 도구로 핵심만 뽑는다. 기획 → 생산 → 검증의 전 과정을 혼자 처리할 수 있으니 조직보다 느릴 이유가 없다. 중간 승인 단계나 보고 절차가 사라지면, 일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폭발적으로 오른다.

판단의 중심이 바뀌는 순간

AI 슈퍼개인이 빠른 이유는 도구 때문이 아니다. 판단의 단위가 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판단이 올라가야 움직인다. 하지만 개인은 판단이 끝나는 즉시 실행으로 넘어간다. 이 차이는 작게 보이지만, 누적되면 엄청난 격차를 만든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개인이 AI를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작은 기업’이다. 그런데도 회의도, 보고도 없다. 결정과 실행 사이의 지연이 사라진다. AI 슈퍼개인은 그 지연의 부재에서 탄생한다.

도구보다 중요한 건 ‘구조’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다. AI 슈퍼개인을 만드는 건 도구가 아니라 구조다. 즉, 스스로의 일을 구조화하고 판단의 순서를 명확히 하는 사람만이 AI를 제대로 다룬다. AI는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혼란을 준다. AI 슈퍼개인은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AI를 배치한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AI가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구조로 작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AI 슈퍼개인은 본질적으로 효율적인 존재다. 도구를 많이 쓰기 때문이 아니라, 도구를 쓸 타이밍과 맥락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향을 잃지 않는 속도

AI 슈퍼개인은 빠르다. 하지만 그 속도는 무작정 빠름이 아니다. AI가 주는 속도를 자신의 기준과 방향 안에 담아낼 때 비로소 ‘속도는 의미’가 된다. 이제 속도는 조직의 특권이 아니라 개인의 기본기가 되었다. AI 슈퍼개인은 방향과 판단을 자신에게 묶고, 속도를 AI에게 위임한다. 그 결과, 조직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시장의 변화를 읽는다.

결국 AI 슈퍼개인은 ‘기술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의 구조를 AI와 나누는 사람’이다. 조직이 여전히 회의 중일 때, 그는 이미 실행을 마친다. 이 시대의 승부는 인력의 크기가 아니라 판단의 밀도와 속도에 달려 있다. AI 슈퍼개인이 조직을 이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더 많이 일하지 않고, 더 빨리 배운다. 그리고 더 적은 회의로 더 명확하게 결정한다. 그게 지금 시대의 새로운 생산성 공식이다.

Heavy Sinks, Light Flies 1편 — AI 시대, 레거시 조직은 왜 느려지는가

AI 시대를 살면서,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일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조직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개인들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 연재는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를 다룬다. AI 기술의 확산 속에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AI 슈퍼개인레거시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단순히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떻게 일하고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변화는 앞으로의 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흐름을 한 번 정리해 두고 싶었다.


한때 ‘크다’는 것은 곧 ‘안정적이다’의 다른 말이었다. 사람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었고, 규모가 곧 신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크면 클수록 느려지고, 느려질수록 판단이 늦어진다. AI가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대에, 레거시 조직의 무게는 더 이상 안정이 아니라 마찰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무거움이 ‘사람의 무능’에서 오는 게 아니라, ‘구조의 관성’에 있다는 점이다. 레거시 조직은 여전히 위계와 보고, 승인이라는 절차 위에 서 있다. 하지만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지금, 그 절차는 안정망이 아니라 지연 장치가 되었다. AI가 초 단위로 판단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회의를 통해 하루를 쓰는 구조는 이미 낡았다.

AI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판단 속도’의 단축이다. 누가 더 많은 일을 하는가보다, 누가 더 빠르게 판단하는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접근이 권력이었다면, 지금은 판단의 정확도와 실행의 타이밍이 권력이다. 그런데 레거시 조직의 문제는 이 판단이 분산되어 있다는 데 있다. 위로는 승인, 옆으로는 조율, 아래로는 보고가 이어지며 결정의 순간은 점점 늦어진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다른 쪽으로 흘러가 있다.

반면 AI를 활용하는 개인, 즉 ‘AI 슈퍼개인’은 판단의 단계를 압축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요약하고, 실행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혼자서 끝낼 수 있다. 과거라면 부서 단위의 협업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개인의 도구 조합으로 완결된다. 더 이상 사람 수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판단의 밀도, 즉 ‘한 명이 얼마나 깊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가’가 새 기준이 되었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레거시 조직은 위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을 위한 일’을 만든다. 보고서, 회의, 평가, 인사. 일의 본질은 고객과 시장에 있지만, 실제 에너지는 내부 운영에 쏠린다. 반면 슈퍼개인은 오직 ‘결과’만 본다. 시장의 피드백이 곧 평가이고, 성과는 곧 생존이다. 그래서 AI 슈퍼개인은 시스템을 유지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연결하고, 불필요하면 바로 덜어낸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관리가 아니라 판단이다. 구조가 클수록 관리가 필요하고, 관리가 늘수록 판단은 느려진다. 반면 개인은 작을수록 빠르고, 빠를수록 정확해진다. 이 단순한 구조적 진실이 지금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과거의 안전은 ‘함께 묶여 있는 것’에서 왔지만, 이제의 안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에서 온다. 레거시 조직이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는 기술이 변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옛날의 안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는 ‘덩치가 큰 조직’이 아니라 ‘판단이 빠른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AI가 바꾼 건 기술이 아니라 구조, 그리고 일의 주체다.

AI 시대, 당신의 일자리는 안전합니까? — 송길영 박사가 말하는 ‘경량 문명’의 생존법

AI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을 느낀다. 송길영 박사는 지금의 변화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문명의 축’이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즉, 무겁고 느린 세상에서 가볍고 빠른 세상으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중량 문명의 종말과 경량 문명의 시작

200년 동안 인류를 지탱해온 건 ‘중량 문명’이었다. 수천 명이 공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기업의 가치는 인력 규모와 자산 크기로 증명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가벼워지고 있다. 송 박사는 단 30명으로 글로벌 플랫폼을 운영하는 텔레그램, 혼자서 개발 툴을 만들어 수천억 가치를 만든 1인 기업의 사례를 든다. 이제 기업은 ‘무게’보다 ‘속도’, ‘조직의 크기’보다 ‘결정의 민첩성’으로 경쟁한다.

끊어진 사다리, 사라진 신입의 자리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데이터를 정리하며 기초를 다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교육하는 비용보다 월 구독료를 내고 AI를 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서 주니어 채용이 급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고용의 문법’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의 4가지 특징

송 박사는 AI 시대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고 말한다.

  1. 호기심과 망각의 능력 — 어제의 지식을 버리고 오늘의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2. 깊은 애호와 전문성 —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감각을 가진 사람.
  3. 기획과 조율의 역량 — 기술을 직접 다루는 노동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설계하는 사람.
  4. 매력과 신뢰를 주는 인간력 — 결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신뢰, 예의, 감정의 온도가 남는 사람.

조직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

회사는 이제 평생을 보장해주는 울타리가 아니다. 프로 팀처럼, 목표를 위해 모였다가 성과를 내면 흩어진다. 조직에 충성하지 말고 ‘나의 일’에 충성해야 한다. 명함에서 회사 이름을 떼고 남는 게 나 자신이어야 한다. 그게 진짜 커리어다.

그럼 송 박사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인재상’은 이런 게 아닐까?

지식을 쌓는 사람보다, 필요할 때 지식을 버릴 줄 아는 사람.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장애물이 된다. 익숙한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향해 과감히 비우는 사람만이 다시 채울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파서 자신만의 결을 만든 사람. 얕게 아는 백 가지보다 깊게 아는 한 가지가 더 큰 힘을 가진다. 진심이 담긴 일은 시간이 지나도 감각이 남고, 그 감각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자산이 된다.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도구를 배치하고 설계할 줄 아는 사람. GPT나 여러 AI 도구를 단순히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무엇을 왜 시켜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결국 결과물을 지배한다. 이제는 손이 아니라 머리로 일하는 시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신뢰와 공감은 흉내 낼 수 없다. 함께 일하면 기분이 좋은 사람, 대화가 통하는 사람, 맡기면 안심이 되는 사람 — 결국 이런 사람이 조직과 사회에서 중심을 잡는다.

이 네 가지 특징은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되,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사람.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기술을 잘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답게 기술을 다루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1인기업 김사장이 AI와 일하는 법

나 역시 1인기업으로 일하면서 느낀다. 완전한 자동화보다 중요한 건 AI를 ‘도구’가 아닌 ‘동료’로 대하는 태도다. 일을 대신시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감각. 판단과 방향은 사람이 세우고, 반복과 정리는 AI가 맡는다.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 어쩌면 그것이 진짜 ‘경량 문명’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AI가 일을 바꾸고 있지만, 결국 일의 의미는 여전히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까.

반장님이 못 나오신다고? 좋아, 새로운 모듈 시스템으로 돌입!

1인기업으로 AI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갈 줄은 몰랐다. 처음엔 마케팅과 운영 영역에서만 AI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생산과 관리 같은 물리적인 영역은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감자탕은 결국 ‘만드는 일’이고, 실제 재료들이 오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상황이 바뀌었다. 작업 반장님이 가족 건강 문제로 한동안 출근을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설상가상으로 직원 한 분은 독감으로 입원까지 하셨다. 송길영 박사가 말했던 ‘경량 문명’ — AI시대의 변화는 피할 수 없고,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찾아온다는 말이 실감 났다.

다행히 작년, 큰 결심을 하고 감자탕 생산 설비를 대폭 확충해 둔 덕분에 일정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예전처럼 매일 국물을 끓이지 않아도 기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생산관리자를 새로 뽑고, 보조 인력을 붙이고, 다시 교육하는 일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다.

며칠간 고민 끝에 생산 영역에도 AI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필요량 산출 → 재고 상황 파악 → 생산 계획 수립 → 판매 예측 연동’의 흐름을 AI 워크플로우로 연결해보기로 했다. 특히 마케팅과 공동구매 데이터를 직접 생산계획에 연결시키는 실험을 시작했다. 즉, ‘팔리는 만큼만, 필요한 때에’ 생산하는 구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물론 불안하다. 강릉하얀감자탕의 브랜딩 기초 작업만 해도 3개월이 걸렸으니까, 생산 시스템의 구조화를 눈앞에 두고 다음 주 공동구매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동안 가게의 업무를 구조화하면서 경험한 여러 자동화와 효율화의 결과물이 이번엔 발판이 될 것 같다.

자료를 모으고, 문서화하고, 구조화하고, 다시 단순화하는 일 —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 같지만, 이젠 혼자가 아니다. AI 부장님들이 옆에 있다. 그들의 데이터 분석과 일정 관리, 재고 예측 능력은 이미 나보다 낫다. 사람으로만 굴러가던 시스템이 AI와 연결되면 어떤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지, 이번 위기 속 실험이 그 답을 알려줄 것 같다.

오늘도 국물을 끓이며 생각한다. “이게 가능할까?”

해보자. ‘사람의 일’이 아니라 조금씩 ‘시스템의 일’이 되어간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서 하지 않는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모든 역할이 한 사람 안에 겹쳐졌다.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할 일이 끝없이 밀려 있고, 머릿속에서는 “뭐부터 하지?”가 하루 종일 맴돌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일의 구조가 없어서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하는 일’을 전부 적어보는 것이었다. 기획, 생산, 포장, 고객 응대, 회계, 마케팅, SNS 관리, 제안서 작성 등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니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 역할이 나왔다. 그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는 한 명이지만, 사실은 스무 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는 셈이네.”

그때부터 일의 구조를 새로 짜보기로 했다. 각 역할을 구분하고, 그 자리에 AI를 보조자로 배치했다. 반복적인 일은 ‘AI 부장님’에게 맡기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일은 ‘AI 과장님’이 돕는다. 나는 기획과 판단,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을 맡는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서 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많은 자동화 관련 영상에서는 자동화를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보다 먼저 업무 구조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프로세스를 AI에게 맡길지, 어떤 일을 자동화할지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으면 효율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자동화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5년째 이어온 감자탕 사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단순했다. 일의 경계가 생기면 생각도 정리된다. 예전에는 하루가 끝나도 뭐가 정리됐는지 몰랐다. 그런데 AI를 통해 역할과 과정이 분리되어 관리되자, 많은 것들이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보다 ‘일을 설계한다’는 감각으로 바뀌었다.

효율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의 구조가 또렷해지자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해야 할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고, 어떤 일을 해나가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도 서서히 감이 잡힌다.

예전에는 제안서를 쓸 때 하루를 통째로 쏟아붓곤 했다. 이제는 GPT가 초안을 만들고, 나는 수정하며 방향을 잡는다. 결과물을 문서화해 유기적으로 저장하고, 그것을 근거로 다음 일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속도는 빨라지고 품질은 오히려 좋아진다. 혼자 일하지만, 머릿속엔 작은 팀이 생긴 셈이다.

결국 1인기업의 핵심은 ‘모든 일을 내가 한다’가 아니라 ‘모든 일을 내가 조율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일의 구조를 다시 세운다는 건 결국 나의 사고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이제는 질문이 달라졌다. “이 일을 내가 해야 하나?”가 아니라 “이 일은 누가,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돌아갈까?” 그 질문 하나가 나의 하루를 훨씬 가볍고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