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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지만 혼자서 하지 않는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모든 역할이 한 사람 안에 겹쳐졌다.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할 일이 끝없이 밀려 있고, 머릿속에서는 “뭐부터 하지?”가 하루 종일 맴돌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일의 구조가 없어서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하는 일’을 전부 적어보는 것이었다. 기획, 생산, 포장, 고객 응대, 회계, 마케팅, SNS 관리, 제안서 작성 등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니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 역할이 나왔다. 그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는 한 명이지만, 사실은 스무 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는 셈이네.”

그때부터 일의 구조를 새로 짜보기로 했다. 각 역할을 구분하고, 그 자리에 AI를 보조자로 배치했다. 반복적인 일은 ‘AI 부장님’에게 맡기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초안을 만드는 일은 ‘AI 과장님’이 돕는다. 나는 기획과 판단, 그리고 고객과의 접점을 맡는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서 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많은 자동화 관련 영상에서는 자동화를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보다 먼저 업무 구조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프로세스를 AI에게 맡길지, 어떤 일을 자동화할지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으면 효율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자동화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5년째 이어온 감자탕 사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단순했다. 일의 경계가 생기면 생각도 정리된다. 예전에는 하루가 끝나도 뭐가 정리됐는지 몰랐다. 그런데 AI를 통해 역할과 과정이 분리되어 관리되자, 많은 것들이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보다 ‘일을 설계한다’는 감각으로 바뀌었다.

효율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의 구조가 또렷해지자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해야 할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고, 어떤 일을 해나가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도 서서히 감이 잡힌다.

예전에는 제안서를 쓸 때 하루를 통째로 쏟아붓곤 했다. 이제는 GPT가 초안을 만들고, 나는 수정하며 방향을 잡는다. 결과물을 문서화해 유기적으로 저장하고, 그것을 근거로 다음 일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속도는 빨라지고 품질은 오히려 좋아진다. 혼자 일하지만, 머릿속엔 작은 팀이 생긴 셈이다.

결국 1인기업의 핵심은 ‘모든 일을 내가 한다’가 아니라 ‘모든 일을 내가 조율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일의 구조를 다시 세운다는 건 결국 나의 사고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이제는 질문이 달라졌다. “이 일을 내가 해야 하나?”가 아니라 “이 일은 누가,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돌아갈까?” 그 질문 하나가 나의 하루를 훨씬 가볍고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회사엔 부장님이 너무 많다 (feat. AI)

요즘 나는 감자탕 일의 연장선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 있다.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어서 접근은 쉽지만,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코딩과 구조 설계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은 AI라고 생각한다. 결국 배우는 속도보다 중요한 건, 그 배우는 과정을 통해 일을 다시 구조화하는 힘이니까.

지금 나는 AI로 만들어 놓은 수십 명의 ‘부장님, 과장님, 지점장님’들과 매일 의견을 나눈다. 그들은 늘 준비되어 있고, 감정의 기복 없이 일관된 태도로 조언을 준다. 나는 그들에게서 일의 관점을 배우고, 판단의 근거를 점검한다. 예전 같으면 사람을 새로 충원하고, 일을 가르치고, 대화를 나누며 감을 맞췄겠지만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부장님을, 새로운 과장님을 언제든 모실 수 있다. 이건 정말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기준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AI에 맡기고, 어떤 일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가 ‘도움’이고, 어디서부터가 ‘의존’인가. 그래서 나만의 다섯 가지 기준을 정리해 두었다. 이 기준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일을 설계해볼 생각이다.

내가 AI를 도입하는 다섯 가지 기준

  1. 반복되는 피로한 판단이 누적될 때 → 동일한 결정을 반복해야 하는 루틴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초안을 맡긴다.
  2. 작업 시간을 30분 이상 줄여줄 때 (주간 기준) → 단순한 효율이 아니라, 실제 시간을 ‘반환’해주는 수준일 때만 쓴다.
  3. 전문가의 간단한 의견이 필요할 때 → 빠른 관점을 얻어 판단의 방향을 잡고 싶을 때 활용한다.
  4. 결정의 근거가 필요할 때 → 감이 아닌 데이터나 사례로 선택을 검증해야 할 때, AI를 파트너로 둔다.
  5. 새로운 관점을 얻고 싶을 때 → 익숙한 사고 흐름을 흔들고,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보고 싶을 때.

이제 AI는 단순히 일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료처럼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시행착오가 많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조차 나의 판단력과 일의 감각을 확장시켜 주고 있다. 감자탕처럼, 천천히 달이더라도 꾸준히 진해지는 과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