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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모든 순간이 처음이다, 내 경험은 잠깐만 조용히

오늘 아침은 유난히 정신이 없었다. 출근 시간이 늦어졌는데 아이들은 장난감을 늘어놓고 옷은 입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지다 보니, 둘째에게 건넨 말에 감정이 실려버렸다. 말로 때렸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소리를 질렀다기보다는, 내 안의 조급함이 그대로 얹혀 나간 말이었다.

다시 숨을 고르고 아이를 달랬다. 결국 어린이집에는 웃는 얼굴로 데려다주긴 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없었던 아침처럼 마무리됐다. 하지만 가게로 오는 차 안에서 한숨이 길게 나왔다. 방금 전의 장면이 계속 떠올랐고, 내 말투 하나에 아이가 느꼈을 감정이 뒤늦게 마음을 건드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던진 말에 감정이 실렸느냐의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감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보다, 그 말이 아이에게 어떻게 닿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쪽에 가까웠다. 말은 던졌는데, 그 말이 과연 어디에 머물렀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는 것 같다. 내가 던진 말이 딸들의 감정의 외골격 위로 떨어져 흘러내리느냐, 아니면 비록 아주 가느다란 한 줄기라도 마음속으로 스며들며 공감으로 남느냐의 차이다. 같은 말이어도, 외부를 튕겨내는 외골격 위에서 미끄러지듯 사라질 수도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른 편에 서서 던지는 말과, 같은 자리에 앉아 공감과 다정함을 유지한 채 건네는 말은 정말 다르다. 전자는 ‘꼰대의 말’로 남기 쉽고, 후자는 느리더라도 변화를 만들어낼 여지를 남긴다.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말의 크기가 아니라, 말이 건네지는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실은 늘 이상적이지 않다. 애들을 깨우고, 먹이고, 다시 깨워서 옷 입히고, 등원시키는 정신없는 아침 상황에서 매번 좋은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 순간순간에 감정을 완벽히 분리해내는 건 아직 초보 아빠인 나에게는 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 필요한 건 완벽한 훈육이 아니라, 하루에 30분이라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말로 가르치기보다, 태도를 다시 맞추는 시간 말이다. 그렇게 하루에 30분씩이라도 아빠 연습을 진심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오후에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덩킨도넛에 가야 할 것 같다. 도넛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빠도 계속 배우고 있다”는 마음만은 전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아이를 바르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떤 어른으로 다시 훈육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일인 것 같다. 아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사실은 내가 다시 배우는 하루였다. 꼰대예방 주사…. 좀 아프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