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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티브 디지털, 네이티브 AI 세대들…

아무리 문법 이론을 공부하고, 유명한 강사에게 발음을 배우고, 각종 자격증을 따도 내 영어 발음과 사고는 끝내 네이티브 미국 사람처럼 되지 않았다. 단어를 더 많이 외우고 표현을 더 익힐수록 나아지긴 했지만, 사고의 속도와 뉘앙스, 그 자연스러움까지는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어느 순간 인정하게 됐다. 배움의 문제가 아니라, 출발선의 문제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70년대에 태어난 나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한가운데를 통과한 세대다. 집 전화에서 삐삐로,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모든 과정을 직접 봐왔다. 컴퓨터의 시초라 불리는 에니악 이야기도 알고, 애플 II로 처음 키보드를 두드리며 디지털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구글 검색을 하고,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자란 아이들과는 결국 속도도, 감각도 같아질 수 없었다. 디지털을 배운 세대와 디지털 안에서 태어난 세대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도입’하고 ‘적응’하고 있지만, 곧 태어나거나 이제 막 자라는 아이들은 AI를 이미 존재하는 환경으로 받아들이며 자라게 될 것이다. 이 격차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하루에 몇 시간을 AI 공부에 쏟고, 사업에 적용하며 나름대로 앞서간다고 해도, 내 아이들은 전혀 다른 개념과 감각으로 진짜 AI 네이티브가 될 것이다.

그래도 오늘의 나는 하얀감자탕 1인기업 김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다. 나와 가족을 지키는 일이자, 10년, 20년 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준비하는 아빠로서의 책임에 가깝다. 내가 이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직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길이다. 어디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두 딸이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는 지점, 필요한 곳까지는 함께 가줘야 하지 않을까. 그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의 역할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