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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로그를 시작합니다

강릉하얀감자탕의 이야기를 언젠가 한번은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 다만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습니다. 매일 돌아가는 운영을 버텨내는 게 먼저였고, 기록은 늘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 미뤄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그 나중이 꽤 길어졌더군요. 이제는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 차분히 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감자탕로그’라는 이름으로 작은 기록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건 강릉하얀감자탕의 연대기가 아닙니다. 어떤 메뉴를 만들었고 어떤 이벤트를 했는지를 적는 공간도 아닙니다. 왜 그때 그런 판단을 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얀 감자탕이라는 결과물 뒤에는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 그리고 나름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 기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하나씩 아카이브해보려 합니다.

처음엔 단순했습니다. 왜 하얀 국물을 선택했는지, 집밥에서 시작된 그 국물이 어떻게 하나의 기준이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려 합니다. 팔기 전에 먼저 먹여봤던 사람들의 반응, 메뉴를 늘리지 않기로 한 결정, 숫자보다 오래 남은 감정들, 온라인으로 음식을 판다는 낯선 경험, 플랫폼을 선택하고 떠나오게 된 이유까지 —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차분히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이 기록은 홍보가 아닙니다. 잘했다는 말을 듣기 위한 회고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판단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무엇이 기준이었고, 무엇이 흔들렸는지를 솔직히 남겨두려 합니다. 감자탕을 만든 시간만큼이나, 판단하고 선택했던 시간도 결국 나를 만든 역사이니까요.

작은 기록들이 쌓이다 보면, 내가 걸어온 길이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이겠죠. 그리고 언젠가 이 정리가 끝날 즈음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조금은 선명해질 거라 믿습니다.

이 글은 감자탕로그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하얀 국물 한 그릇을 선택해주고 10만 그릇의 시간을 함께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드리는 작은 인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