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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y Sinks, Light Flies 4편 — 고용에서 협업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이유

조직이 느려지는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용’이라는 개념에 닿게 됩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일을 한다는 것을 곧 소속을 가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팀에 배치되고, 역할을 부여받는 구조 말입니다. 이 방식은 산업화 시대에는 매우 효율적이었습니다. 사람이 곧 생산력이었고, 사람을 묶어두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 전제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제 개인은 혼자서도 과거의 팀 단위가 수행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획, 리서치, 문서 작성, 데이터 정리까지 AI가 보조하면서, 개인의 작업 반경은 급격히 넓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더 이상 ‘사람을 얼마나 많이 고용하고 있느냐’가 일이 잘 돌아간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 슈퍼개인이 일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기본적인 실행은 AI를 통해 확장하고, 그 위에서 부족한 지점이 생길 때만 외부와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사업 기획서와 마케팅 메시지 초안을 만들고, 실제 광고 집행이 필요해지면 특정 프로젝트에 맞는 퍼포먼스 마케터와 짧게 협업합니다. 개발이 필요하면 풀타임 개발자를 뽑는 대신, 검증된 프리랜서나 서비스형 툴을 선택합니다. 이 협업은 ‘팀을 만든다’기보다 ‘문제를 해결한다’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차이는 여기 있습니다. 기존 조직은 사람을 먼저 확보하고 그 다음에 일을 배분합니다. 반면 AI 기반 협업 구조에서는 일이 먼저 정의되고, 그 일에 맞는 사람과 도구가 그때그때 연결됩니다. 소유가 아니라 조립에 가깝고, 고정이 아니라 유동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다릅니다. 의사결정도 빠르고, 실패했을 때의 비용도 훨씬 작습니다.

이 변화는 개인의 커리어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실력은 소속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에 다녔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해봤는지,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협업의 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물, 문제 해결의 흔적이 곧 신뢰가 됩니다. AI 슈퍼개인은 이 기록을 중심으로 다음 기회를 만들어갑니다.

결국 우리는 고용의 시대에서 협업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고정된 자리를 지키는 능력보다, 상황에 맞게 연결되고 조합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동화보다 더 중요해진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AI 슈퍼개인이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 연재의 긴 생각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