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깨달은 일의 본질
러닝을 하다 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멈출 때가 있다. 호흡이 거칠어지기 전, ‘이쯤이면 됐잖아?’라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체력보다 생각이 먼저 멈출 때가 많다. 그 멈춤의 근원에는 공포가 있다. ‘이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나는 늘 그 두려움 앞에서 돌아서곤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러닝 중 깨달았다. 공포 속으로 들어가야 그 공포를 이길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두려움을 피하는 동안 나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은 준비가 덜 됐어’,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는 말로 행동하지 못한 나를 정당화했다. 사실 나는 일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일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만들어두고 스스로를 변명으로 감쌌던 것이었다.
멈춤의 습관, 익숙해진 두려움
이 퇴행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 찾아온다. ‘오늘은 쉬자.’, ‘이 정도면 됐지 뭐.’ 그렇게 하루를 허락하는 순간, 며칠간 쌓아온 리듬이 무너진다. 그 하루는 단순한 쉼이 아니라 이전의 성과를 지워버리는 작은 붕괴의 시작이었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하루를 놓치는 게 아니라, 일을 멈추는 게 익숙해지는 나 자신이 더 무서운 일이라는 걸. 한 번 쉬면 두 번 쉬고 싶어지고, 그다음에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사라진다. 러닝처럼, 일도 계속 달려야 한다. 잠깐의 멈춤은 괜찮지만, 돌아서면 길을 잃는다.
속도의 본질은 단순함에 있다
러닝이 가르쳐준 건 명확하다. 일은 속도가 생명이다. 그 속도는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구조를 단순하게 만드는 데서 온다. 해야 할 일을 작게 나누고, 지금 할 수 있는 일 하나에 집중할 때 비로소 속도가 생긴다.
그동안 나는 일의 구조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두었다. 계획 위에 계획을 쌓고, 그 위에 위험을 덧붙이며 스스로를 지치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접근한다. 작게, 단단하게, 빠르게. 속도를 만드는 건 단순화된 구조와 즉각적인 실행이다. 러닝처럼 한 발 더 내딛으면, 호흡이 살아나고 리듬이 생긴다.
한 걸음의 힘
결국 시간은 부족한 게 아니었다. 나는 단지 움츠러들어 있었다. 제자리에서 잠시 멈춰 돌아보고, 다시 도약을 준비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이제는 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라는 걸.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가볍게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하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다시,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공포 속으로, 그리고 성장의 길로.
쇼핑몰 하나를 한 번에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할 수 있는 일 하나가 있다. 오늘은 당근에 하얀감자탕 하나를 기똥차게 올려보자. 그 한 걸음이, 결국 모든 시작의 출발점이 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