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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y Sinks, Light Flies 1편 — AI 시대, 레거시 조직은 왜 느려지는가

AI 시대를 살면서,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일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조직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개인들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 연재는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를 다룬다. AI 기술의 확산 속에서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AI 슈퍼개인레거시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단순히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이 어떻게 일하고 사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변화는 앞으로의 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흐름을 한 번 정리해 두고 싶었다.


한때 ‘크다’는 것은 곧 ‘안정적이다’의 다른 말이었다. 사람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었고, 규모가 곧 신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크면 클수록 느려지고, 느려질수록 판단이 늦어진다. AI가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대에, 레거시 조직의 무게는 더 이상 안정이 아니라 마찰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무거움이 ‘사람의 무능’에서 오는 게 아니라, ‘구조의 관성’에 있다는 점이다. 레거시 조직은 여전히 위계와 보고, 승인이라는 절차 위에 서 있다. 하지만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지금, 그 절차는 안정망이 아니라 지연 장치가 되었다. AI가 초 단위로 판단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회의를 통해 하루를 쓰는 구조는 이미 낡았다.

AI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판단 속도’의 단축이다. 누가 더 많은 일을 하는가보다, 누가 더 빠르게 판단하는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접근이 권력이었다면, 지금은 판단의 정확도와 실행의 타이밍이 권력이다. 그런데 레거시 조직의 문제는 이 판단이 분산되어 있다는 데 있다. 위로는 승인, 옆으로는 조율, 아래로는 보고가 이어지며 결정의 순간은 점점 늦어진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다른 쪽으로 흘러가 있다.

반면 AI를 활용하는 개인, 즉 ‘AI 슈퍼개인’은 판단의 단계를 압축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요약하고, 실행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혼자서 끝낼 수 있다. 과거라면 부서 단위의 협업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개인의 도구 조합으로 완결된다. 더 이상 사람 수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판단의 밀도, 즉 ‘한 명이 얼마나 깊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가’가 새 기준이 되었다.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레거시 조직은 위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을 위한 일’을 만든다. 보고서, 회의, 평가, 인사. 일의 본질은 고객과 시장에 있지만, 실제 에너지는 내부 운영에 쏠린다. 반면 슈퍼개인은 오직 ‘결과’만 본다. 시장의 피드백이 곧 평가이고, 성과는 곧 생존이다. 그래서 AI 슈퍼개인은 시스템을 유지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연결하고, 불필요하면 바로 덜어낸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관리가 아니라 판단이다. 구조가 클수록 관리가 필요하고, 관리가 늘수록 판단은 느려진다. 반면 개인은 작을수록 빠르고, 빠를수록 정확해진다. 이 단순한 구조적 진실이 지금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과거의 안전은 ‘함께 묶여 있는 것’에서 왔지만, 이제의 안전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에서 온다. 레거시 조직이 점점 무거워지는 이유는 기술이 변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옛날의 안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는 ‘덩치가 큰 조직’이 아니라 ‘판단이 빠른 개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AI가 바꾼 건 기술이 아니라 구조, 그리고 일의 주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