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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줄이지 말고, 구조를 바꿔라

요즘 ‘레버리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트 그레이라는 사업가의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로웠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과 기록, 관계에 쓴다. 핵심은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 시간을 다르게 쓰는 법이었다.

그의 첫 번째 원리는 ‘딥워크(Deep Work)’였다. 그는 하루의 가장 맑은 시간에 한 가지 일만 한다. 전날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모든 방해를 차단한 채 몰입한다. 핸드폰은 시야 밖에 두고, 대화는 멈추고, 그 시간은 오직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든다. 결국 집중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태도의 밀도라는 걸 보여준다. 그레이가 강조한 글쓰기 기술도 같은 맥락이었다. 생각을 구조화하고 문장으로 옮길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현대의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두 번째는 ‘플라이휠(Flywheel)’, 즉 작은 성공이 도는 구조다. 한 번의 성과가 다음 성과를 낳는 선순환 구조로, 고객이 만족하면 리뷰가 쌓이고, 그 신뢰가 다시 새로운 고객을 불러오는 식이다. 그레이는 이 순환을 개인이 직접 만드는 방법으로 오디언스 구축을 말한다. SNS 팔로워, 뉴스레터 구독자, 소규모 커뮤니티 — 결국 브랜드의 자산은 사람의 신뢰라는 뜻이다.

세 번째는 자동화와 위임(AED 원칙)이다. 그는 자동화(Automate), 제거(Eliminate), 위임(Delegate)의 원칙으로 일의 질서를 세운다. 가치가 낮은 일은 시스템에 넘기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팀에게 공유하고, 업무가 끝나면 그 교육 영상이 또 다른 시스템이 된다. “우리는 목표의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시스템의 수준까지 올라간다.” 그의 말이 유난히 현실적으로 들렸다.

마지막은 최고 책임자 고용(Chief of Staff)이다. 창의적 일을 유지하려면 반복적 일을 누군가 대신 관리해야 한다. 그레이는 업무의 90%를 팀원과 공유하고, 모든 자료를 노션에 정리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더 많이 위임할수록, 더 많은 자유를 얻는다.” 이건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의 리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구조는 나에게 이론이 아니라 태도로 다가왔다. 그레이의 시스템은 거창하지 않았다. 집중할 땐 완전히 집중하고, 일을 구조화하고, 신뢰를 쌓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그게 모이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넘어선다.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하루 네 시간만 일하겠다는 게 아니라, 내 일을 네 시간의 밀도로 만들고 싶다.”

이런 구조를 들여다보며 또 하나의 확신을 얻었다. 결국 시스템은 사람을 대신하지 않는다. 사람을 자유롭게 만드는 시스템. 자동화는 도망치는 장치가 아니라, 더 인간적인 일에 집중하기 위한 틀이다. 식당의 주방에서도, 브랜딩의 현장에서도,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일을 정돈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그것이 내가 말하는 지속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