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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아 보일 때, 방향을 먼저 본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To Do 리스트 앱을 열었다. 마음 복잡할 때에는 안과 밖을 청소하는 게 최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일이 쌓이는 경우가 줄어들어 마음이 가벼웠는데, 오랜만에 ‘프로젝트’ 폴더를 열어보니 카테고리만 10개, 그 아래에 프로젝트가 30개가 넘었다. 순간 멈칫했다. ‘앗, 내 집중력이라는 자원이 여기서도 새고 있었구나.’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에게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업무의 갈피를 잡지 못했을 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의 방향이 잡혔을 때다. 두 경우 모두 공통적으로 일이 많아 보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속성은 완전히 다르다.

방향을 잡지 못한 경우에는 해야 할 일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중요한 것 같고’ 하면서 일의 카테고리가 끝없이 분화된다. 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방향이 명확해진 경우에는 해야 할 일의 수가 줄어든다. 업무가 가지치기 되지 않고, 꼭 필요한 일들만 남는다. 프로젝트의 골격이 잡히면 일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양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이 확실해질수록 단위 업무의 깊이와 밀도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을 들여도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일의 양이 줄어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의 방향’이 한 점으로 모이면서 에너지가 한곳에 집중된다.

그래서 오늘은 작은 실험을 해봤다. GTD(Getting Things Done) 방식의 기본 원칙을 응용해 2분 안에 해결 가능한 업무를 즉시 처리하고, 시의성과 중요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과감히 삭제했다. 오래된 창고를 정리하듯, 프로젝트 폴더를 하나씩 닫아가며 마음속의 먼지를 털어냈다.

결과는 의외로 시원했다. 무언가를 더한 게 아니라 덜어냈을 뿐인데, 머릿속이 훨씬 또렷해졌다. 해야 할 일의 ‘갯수’가 아니라 ‘방향’을 관리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일은 많아도 괜찮다. 단, 그 일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만 말이다.

뭐든 그냥 늘어놔도 사는덴 지장없어 보이지만 청소하면 상쾌해지고 가벼워지는 경험이 또 쌓였다. 오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