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손에서 놓은 밤, 더 나은 아침이 시작됐다

요즘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산만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SNS, 쇼츠를 몇 개만 본다는 게 늘 계획보다 길어졌고, 잠자리에 누운 몸은 쉬고 싶은데 머리는 계속 깨어 있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한 결정을 하나 했다. 잠자리에 들 때 아이폰을 거실에 두고 오기로 한 것이다.

며칠을 그렇게 해보니 변화는 생각보다 분명했다. 수면시간이 늘어났고, 무엇보다 수면의 질이 달라졌다.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으니 끊임없이 타인의 말과 음악, 영상에 노출되지 않아도 됐고, 초단위로 바뀌는 쇼츠의 주제들을 따라가지 않아도 됐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내 마음의 소리를 또렷하게 듣는 느낌이었다.

물론 처음엔 심심했다. 손이 자꾸 허전해서 무언가를 찾게 됐다. 대신 집에 있던 아주 오래된 기기를 꺼냈다. 10년 전에 구입한 아마존 Fire HD 8이었다. 속도는 느렸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다. 웹브라우저 크롬, 리디북스, 그리고 내가 생산한 문서를 볼 수 있는 옵시디언 정도가 전부였다. 오히려 그 제한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침대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내가 쓴 문서들, 블로그에 정리해둔 글들, 그리고 사놓고 오랫동안 밀려 있던 책들. 자기 전까지 내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오로지 내 목소리로만 읽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누군가가 골라준 자극적인 영상 대신, 내가 선택한 문장들만 남은 시간이었다.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으니 각성 효과가 줄었고, 내 몸의 리듬에 맞는 수면 시간이 자연스럽게 확보됐다. 텍스트를 읽으며 편안한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르륵 잠이 들었다. 기절하듯 잠드는 게 아니라, 잠으로 넘어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심심함’이었다. 그 심심함이 나를 한 번이라도 더 내 몸을 돌보게 만들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늘 우주 단위나 지구적 위기를 함께 겪게 되는데, 그것만 끊어도 물 한 잔을 더 챙기고, 딸들의 이불을 한 번 더 덮어주며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쓸데없는 곳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자기 전의 시간에 ‘나’를 마주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생겼다. 아이폰을 쥐고 우주인의 지구 침공을 걱정하다가 기절하듯 잠드는 일은 사라졌다. 저녁 9시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이 훨씬 편안해졌고, 쇼츠에 빠져 새벽 1시에 잠들던 날들도 줄어들었다.

그 변화는 아침으로 이어졌다. 기상과 운동이 한결 수월해졌고, 그 결과로 나와 가족들에게 조금 더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가 하루의 리듬을, 그리고 사람의 태도를 바꾼 셈이다.

아직은 실험 단계다. 조금 더 유지해보고, 이 방식을 좋은 습관으로 정착시켜보려 한다. 침대에서 무엇을 내려놓느냐가, 결국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를 결정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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