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없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했다

오늘은 겉으로 보기에 조용한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업무 시간에는 새로 시작한 네이버 공동구매 건으로 꽤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제안 내용을 확인하고, 일정과 조건을 다시 맞추고, 이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를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그려봤습니다. 다시 1인기업으로 돌아온 뒤라 이런 판단 하나하나가 모두 제 몫이라는 사실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은 일대로 흘러갔습니다.

오후가 되자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을 픽업하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는 시간입니다. 하루 중 가장 정신없는 구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분명한 기준이 생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은 단순하고 판단은 즉각적입니다. 저녁을 마치고 아이들을 재운 뒤, 잠시 아파트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머리가 복잡해서 잠깐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그곳에서 노트북을 열고, 내가 운영 중인 프로젝트 안의 ‘대화창 구조’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팀처럼 나눠둔 대화창들, 역할별로 붙여둔 이름들, 한때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채팅들.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디지털 정리가 아니라, 회사 구조조정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예전의 나는 자동화를 먼저 믿었습니다. Make.com, 시스템, 미래형 구조를 만들어두면 일이 그 안으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브랜딩OS도, 조직 구상도 앞서 설계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두세 달 동안 실제로 장사를 다시 해보며 느낀 건 달랐습니다. 자동화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매출이 끊기지 않게 만드는 운영의 흐름이었습니다. 쓰지 않는 부서, 겹치는 역할, 기준이 불분명한 팀은 오히려 판단을 느리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결국 결정을 했습니다. 대화창을 ‘많이 쓰는 것’ 기준이 아니라, ‘다시 판단하지 않게 만드는 것’ 기준으로 재편했습니다. 핵심 판단은 CORE로, 지나간 판단의 흔적은 ARCHIVE로, 실행은 RTB로 옮겼습니다. 역할이 애매한 대화창은 없애거나 흡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구조조정이란 사람을 자르는 일이 아니라, 역할을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현실의 구조조정과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짐을 싸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머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리할수록 가벼워졌습니다. 회사도, 1인기업도 본질은 같았습니다. 조직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기준 없이 쌓아두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동화는 해결책이 아니라 결과였습니다. 구조가 반복되고 판단이 안정되면, 그 다음에야 자동화가 의미를 갖습니다. 이건 지난 몇 달 동안 몸으로 얻은 결론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무언가를 더 만들기 전에 먼저 묻습니다. 이 역할은 꼭 필요한가. 이건 지금 굴러가는 흐름을 돕는가, 아니면 방해하는가. 그날은 대화창 몇 개를 정리했을 뿐이지만, 체감상으로는 회사를 다시 정리한 하루였습니다.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라, 다시 흔들리지 않기 위한 준비라는 것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직원이 없는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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